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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는 상상의 질서를 만들고 지키며 살아왔다. 우리가 만들어낸 상상의 범주에는 다양한 정치, 철학, 종교, 사상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인가? 반대로 옳지 않다고 믿는 것이 반드시 옳지 않은 것인가? 그것에 대한 정의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질서는 가공의 개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우리가 만들어낸 상상 속 허구의 위계 안에서 살고 있다. 그 사다리를 만든 것이 누구인가 생각해보면 그것은 사다리 계층 맨 꼭대기에 위치한 생물일 것이다. 우월성을 가지기 위해 계층을 만들어내고 우위를 차지하는 것. 그것은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자의적인 선일 뿐이다. 사실상 이것의 경계는 그 누구도 우위를 정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 인간 사회에서 또한 그렇다.

이 책은 저자 룰루 밀러가 인생의 원동력을 찾고자 스탠퍼드 대학 총장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생애를 함께 거슬러 올라가며 시작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생물학자이자 분류학자로 당대 어류의 대다수를 분류하고 이름 붙였다. 그는 자신의 운명의 형태를 만들어 나아가기 위해 목표만을 보고 나아갔다. 새로운 종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다리 계층에 올리기 위해 그는 그 어떠한 일(물에 독을 풀거나, 폭발물을 설치하는 등)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발견자 우월주의. 그는 새로운 종의 꼬리표를 달아주는 일에 과도한 확신을 갖고 그 일을 정당화시켰다. 또한 그는 인간의 유전자를 우성과 열성으로 나누고 열성 유전자를 부적합자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열성 유전자를 가진 자들의 유전자를 없애야 한다며 합법적 불임을 주장하였다. 그는 나이가 들어 쇠약해지기 전까지 강제적인 우생학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였다. 그가 지닌 사상은 다른 누군가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1927년 과학자들이 강제 불임화로 도덕적 해이를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출하여 법률로 만들어졌다. 그로 인해 강제 불임화는 조용한 방식으로 행해졌으며 당사자의 합의 없이도 자행되었다고 한다. 한 사람의 과도한 목적의식이 어떻게 행해졌는지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우리는 알 수 있었다. 인생을 나아갈 때 우리는 목적의식을 갖고 나아가라고 말한다. 과도한 목적의식, 긍정적 자기기만. 나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확증편향으로 좁은 시각을 갖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무엇인가 강박적으로 믿는다면 그것은 질서가 아닌 혼돈이 될 수 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어류를 분류하고 꼬리표를 달았던 것과 같이 우리는 우리가 제시한 다양한 판단의 잣대를 세상에 제시한다. 그것을 세상의 질서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 고유한 질서란 존재할까? 고유한 질서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에 정해진 그 무엇도 고유할 수 없다. 우리가 믿는 질서란 그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정의 내린 꼬리표 안의 모든 것들도 고유하지 않다. 그것이 무엇이든 고유하지 않기에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다. 세상이 정의 내린 판단의 잣대가 고유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유연하게 사고하고 생각하는 것.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검토해야 할 필수적인 과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中